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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전날 밤 찬 기온이 채 가시지 않은 평일 이른 아침.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급히 병원으로 향한다. 입구에 들어서나 했더니 곧장 방향을 튼 곳은 장례식장. 지인이나 가족 중 상을 당해 찾은 것이 아니라 염을 하기 위해서다. 살아생전 본인과 연고도 없던, 영정사진 속 그 누군가를 위해서 말이다. 그것도 무료로. 한마디로 봉사하는 셈이다.

1942년생인 조수광(창원시 진해구 병암동) 씨는 올해 71번째 봄을 맞이했다. 얼굴 구석구석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깊게 팬 주름살 사이로 문득 여유와 생기가 넘쳐 보인다. "식사는 하셨어요?" 첫인사가 끝나자마자 묻는 그의 말엔 사소한 듯 세심한 배려가 섞여 있다. 헌신하는 삶에 단련된 느낌이랄까.

"서른 후반쯤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동네어귀 쓰레기를 치우고 다녔습니다. 그땐 단순히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보탬이라도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차 커지더니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조수광 씨는 요즘 요양원,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돌며 마술로 웃음을 나누는 데 여념이 없다.  

동네주민의 순수한(?)마음으로 시작한 봉사. 거창하진 않지만 소소한 행복이 그를 따랐다. 주택 도롯가, 하천 청소부터 해서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이웃 집 장판 도배, 어르신 기체조까지. 얼마 전 끝난 진해 군항제 기간 '진해콩' 판매 등을 포함해 이웃돕기 성금모금을 위한 각종 활동만 해도 열 손가락으론 부족하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던 그인지라 나름의 비법 등을 담은 자그마한 책도 냈다. 자비를 털어 낸 책이 지인들 손에 무료로 쥐여진 건 당연지사. 내용 한번 살펴보라며 기자에게 건넨 책 사이로 대충 끼워져 있는 장례·실버 지도사, 웃음치료사 자격증마저 봉사 기운이 그득하다.

열혈 봉사정신은 때론 애꿎은 몸에 영광의 상처를 내기도 했다.

"60을 넘긴 나이에 청소년지킴이로 활동한 적이 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동료 한명과 맡은 구역을 둘러보고 있었죠. 10시쯤 됐으려나. 버스정류장에서 걸어오는 젊은 여성 뒤로 희미하게 한 남성이 보이더군요. 옆을 스치는 두 사람을 보고 연인인가 보다 하고 지나치는데 여자 분의 표정이 영 불안해 보이는 게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딱 스치는 겁니다. 황급히 달려가 남자한테 애인이 맞느냐고 묻는데 그 여성이 나에게 안기다시피 뛰어 오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부터 줄행랑치는 그 남자 잡으러 어찌나 뛰었던지…."

부리나케 쫓아가다 돌에 걸려 넘어지는 와중에도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고 야광봉이 다 휘어지도록 남자를 있는 힘껏 내리치다 손목에 무리가 가기도 했다. 결국 제 아무리 건장한 청년도 강한 의협심으로 무장한 그 앞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만 것.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근 파출소의 경찰이 그의 무릎팍에서 나는 피를 보고 되레 조 씨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할 정도였으니…. "봉사도 봉사지만 환갑 넘은 어르신이 몸도 안 사리고 그런 위험한 상황에 무턱대고 뛰어들면 되겠냐고 타박 아닌 타박 좀 들었죠."

처음 맞닥뜨린 경찰도 그러한데 매일 얼굴 맞대고 사는 부인 심정은 오죽하랴. 동네 홍반장 자처하며 궂은일 도맡으려 하지 않나, 밖에 나가 다쳐오지 않나. 만류도 해보고 싸우기도 했지만 쉽게 포기할거였다면 애초에 시작도 안했을 그였다.

"제가 사실 근 30년간 군 생활 한 몸입니다. 해병대 대위서 예비역 중대장으로 퇴역하기까지 몸도 마음도 군인이었죠. 나름의 고집이 있었고 주장도 강했어요. 스스로 뭔가 딱딱했죠. 근데 어느 순간 달라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상대방을 이해해주고 져 주기도 하고, 조금 말랑말랑해졌다 해야 하나. 다 봉사로 비롯된 변화인 것 같아 지금은 아내도 봉사하러 간다 하면 적극 밀어 줍니다."

요즘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요양원, 어린이집, 유치원을 돌며 마술로 웃음을 전파하는 데 여념 없는 조수광 씨.

그의 인생에 있어 봉사란 뭘까. "조건 없이 주는 겁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말 그대로 진심에서 우러나는 거죠. 남이 행복하니깐 제가 행복한 겁니다. 저 때문에 웃는 게 아니라, 그 분들 때문에 제가 웃는 겁니다."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내게 밥 한끼 대접 못하고 보내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그의 삶은 온전히 남을 위해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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